시아가 이세계 텔루스에 태어난 지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 째 되던 날 아침 이상하게 몸이 무겁고 열이 나더니 온 몸이 부서지도록 아파오기 시작한 시아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마리의 방으로 찾아갔다. 식은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시아를 발견한 마리는 깜짝 놀라 달려가 부축을 하였고 급하게 치유마법을 시전 하지만 시아의 몸에 닿은 마나는 흩어져서 사라져 버렸다.

 

미안해. 시아. 날개돋이 하는 동안은 어떤 마법도 듣지 않아. 오로지 혼자의 힘이 아니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어. 힘을 내. 괜찮아. 많이 아프지만 시아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힘내줘.”

. 마리언니. 언니가 옆에 있어주니까 힘이나

 

캣트시에게 소식을 들은 디트와 시온이 급하게 왕궁에서 저택으로 돌아온 건 늦은 밤. 조금은 안정이 된 시아가 마리의 침대에서 마리의 두 손을 꼭 잡은 채로 힘없이 누워있었다. 이세계에 태어난 드래곤은 전생에 인간으로써 드래곤의 육체에 그 영혼이 적응할 기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이 날개돋이 하기까지의 기간이다. 길게는 50년에서 짧게는 10년 이면 육체와 영혼의 연결이 완벽히 이루어져 드래곤으써의 시간과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날개돋이는 목숨을 거는 것과 같다. 영혼이 갈기갈기 찢어져 드래곤으로써 다시 태어나는 그 현상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데 육체와 정신의 피로가 극에 달하게 되고 의지가 약한 헤츨링은 날개돋이가 끝나기도 전에 사망하기도 한다. 그 수는 적었지만 사망자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디트와 시온, 마리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태어났을 때 5살의 작은 여자 아이는 현재 15살 정도의 귀여운 소녀로 자라 있었다. 하지만 고통 때문인지 창백해진 얼굴은 차가운 인형이 생각날 정도로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디트와 시온은 전생에서 온갖 역경을 헤쳐 온 경험 덕분인지 날개돋이를 빠르게 끝낼 수 있었지만 마리와 시아는 그렇게 강하지 못하였다. 마리는 그나마 날개돋이 하는 시기가 늦어져 영혼이 많이 단련된 덕분인지 쉽진 않았지만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아는 시기도 빠르고 전생에서도 어린 나이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 거라 경험도 적은 편이기 때문에 날개돋이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많이 고통스러워하는 시아를 도와줄 수 없는 그들로써는 답답할 따름이었다.

 

시아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영혼의 변화를 버티지 못한 육체가 점점 투명하게 변해갔고 시아의 꼭 닫힌 두 눈은 떠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로써 삼일 째 아마 오늘 밤이 고비일 것이라고 셋은 은연중에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반드시 이겨낼 거라고 믿으며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였다. 디트는 시온이 만들 약 재료를 찾아 저택을 떠났고 시온은 서재와 지하실을 오가며 여러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리만이 시아 옆에 남아 간호를 하고 있었다.

 

"처음 이 세계에서 눈을 떴을 때 내가 살던 세계의 사람은 나뿐이었으니까 두려웠어. 하지만 의지가 되어주는 가족 같은 존재들이 함께한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지만 진심으로 행복하진 않았어. 하지만 나와 같은 세계에서 와준 네가 태어나고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되었어. 고마워. 넌 주변에 불행을 줬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것 봐 나에게 힘을 주었고 구원해주었어 그런데도 네가 필요 없고 영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 넌 이미 영웅인데? 태어나줘서 고마워. 힘내줘서 고마워. 구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많은 행복을 배워나가자 사랑해 아카시아.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아줘. 날 혼자두지마."

..... 언니 혼자 두지 않을게.... 힘들어도 끝까지 힘내 볼께"

 

시아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일 순 숨을 멈추었다. 놀란 마리와 마침 약을 들고 올라온 시온과 디트는 굳은 상태로 방 밖에 덩그러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리가 시아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시아의 몸이 밝게 빛났고 빛이 사그라지자 나타난 생물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갈기와 차갑고 날카로운 비늘대신 깃털과 같이 부드러운 털과 앙증맞은 한 쌍의 작은 뿔을 가진 귀여운 강아지를 닮은 작은 드래곤이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길기만 하던 날개돋이가 끝이 났고 시아는 완벽한 드래곤으로써 텔루스에 다시 태어난 것이다. 마리는 잠든 시아의 몸을 조심히 안아들었다. 성인 남성정도 크기였던 자신과 다른 품 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조그맣고 귀여운 헤츨링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시아 너무 귀여워라는 말과 함께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마리였다.

 

나도 마리언니나 디트오빠와 시온오빠 같은 멋있는 드래곤으로 현신(現身)하길 원했는데! 이건 너무 틀리잖아!”

아냐. 시아와 너무 잘 어울리는 현신인걸! 강아지 같아서 귀여워

그러니까! 강아지가 아니라니까! 으앙!! 나 다시 날개돋이 할래!”

우리 귀여운 강아지 날개돋이 다시 할 용기는 있어?”

! 아픈 건 싫어. 하지만 강아지도 싫어.”

 

언제 아팠나는 듯이 조금은 기운을 차린 시아는 자신의 현신한 모습이 못마땅한지 계속 투덜거렸고 그런 시아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마리와 시온은 계속 놀리기 시작했다. 디트는 뒤에서 조용히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다 도가 지나쳐가는 둘을 중재하기 위해 현신한 모습 그대로인 시아를 품안에 조심히 안아들고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그제야 자신들이 심하게 괴롭혔다는 사실을 자각했는지 조용해지는 둘이었다.

 

시아야 이 세계의 드래곤은 여러 모습을 하고 있어. 시아와 같은 포유류를 닮은 드래곤도있고 수생형이나 비행형 드래곤 보편적으로 알려진 시온이나 마리, 나와 같은 일반적인 드래곤의 형태 등 여러 모습이 있어. 보편적인 모습에서도 시온보다도 더 큰 드래곤도 있고 시아 보다도 작은 드래곤이 있어. 드래곤은 각자의 본체 색이나 사는 곳에 따라 블랙드래곤, 레드드래곤, 그린드래곤, 블루드래곤 4종류로 나뉘어 그 중 레드드래곤과 닮은 힘과 생태를 가진 골드드래곤이 있고 블랙드래곤과 닮은 힘과 생태를 가진 실버드래곤이 있어. 여기서 골드를 태양의 화신, 실버를 달의 화신이라고 불러. 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태어나든 태양과 달이 떠 있는 한 무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하다고 해. 어때? 이래도 시아가 볼품없고 약한 드래곤 같아?”

나처럼 작은 드래곤도 있었어?”

창세 드래곤 중 가장 강한 다섯 드래곤 중 한 명이 시아처럼 작고 귀여운 드래곤이야. 그 분의 이름은 스텔라시아와 같은 실버드래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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