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돋이가 끝난 뒤 세계가 크게 변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시아 자신이 변화하여 주변이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마나의 흐름이 눈에 보였고 실체화를 하지 않은 요정들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육체는 영혼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날개돋이 전까지 우리의 육체는 인간에 가까워 그래서 쉽게 다치기도 하고 병들기도 하는 거야. 하지만 일반인들보다 회복능력이 좋은 건 조금 달라. 저쪽 왕궁 쪽 방향에 커다란 유리벽 보여? 왕궁소속 마법사들이 친 일종의 방범장치용 결계야. 결계 안에서 일정이상의 큰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사들이 이상을 느끼고 경비병을 출동 시키거나 외부에서의 공격을 막는 역할도 겸하고 있어. 우리 저택에도 비슷한 기능의 결계가 쳐져있는데 보여? 그렇게 실망하지 마. 아직 힘이 안정되지 않았을 뿐이니까. 일반 마법사들은 느끼지도 못하게 만든 거라 힘이 안정되면 볼 수 있을 거야.”

 

날개돋이 후 드래곤의 힘을 쓸 수 있게 된 시아는 디트에게 마나에 대해 틈틈이 수업을 받았고 마리와 함께 저택 뒤에 자리하고 있는 커다란 호수에서 마나를 다루는 연습을 하였다. 블랙드래곤과 실버드래곤은 태어나자마자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고 대부분이 깊은 심해에 레어를 만들어 살아가는 종족이라 중력마법으로 수압을 조절하는 방법을 걸음마를 배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현재 마리와 함께 호수의 물로 얼음을 만드는 마법을 배우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는지 시아의 이마에서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마리는 호수의 물로 시아 주변의 온도를 내려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고마워 언니.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호수 주변의 온도가 약간 떨어진 덕분인지 작은 얼음알갱이를 만드는데 성공한 시아였고 작은 얼음알갱이를 마리에게 보여주며 마리의 품에 안겼고 그런 시아를 꼬옥 안아주며 끊임없이 칭찬해주는 마리였다.

 

마리, 시아. 시간 괜찮으면 마을 도서실에 이거 좀 배달해줄래?”

 

멀리서 두 사람을 향해 디트가 걸어오며 손에든 책을 마리에게 건네주었다. 날개돋이 전까지 저택 안에서만 지낸 시아는 마을로 외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두 눈을 반짝이며 마리를 바라보았다. 저택 안에서는 자유로웠지만 저택 밖으로 외출할 때는 언제나 마리나 시온 둘 중 한 사람이 따라다녔지만 언제나 시아의 옆을 지킨 건 마리였다. 마리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아직 위험한데 디트가 가면 안 돼?’라며 디트에게 책을 다시 건네려 하지만 디트는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향해 손짓하였다.

 

오늘 손님이 오기로 했거든.”

 

그 한마디에 마리는 포기했는지 시아의 손을 잡고 저택으로 향했다. 외출한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기만 한 시아와 시아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라는 굳은 의지가 깃든 얼굴의 마리가 저택으로 사라졌고 청명하기만 한 하늘을 바라보던 디트는 조용히 기운을 주변으로 흘러 보내더니 이윽고 모든 기운을 끌어 모아 현신하였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루비와도 닮은 붉은 비늘에 곧게 뻗은 한 쌍의 황금 뿔과 붉은 빛을 머금은 금안을 가진 드래곤으로 현신한 디트는 하늘을 향해 비상하였다. 아주 잠깐의 비행 이였지만 순식간에 로키아 산맥을 지난 디트는 드넓은 샌디스 사막의 하늘 위에 정지비행을 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때 디트의 바로 아래에서 작은 파이어볼이 날아올라왔고 디트는 파이어볼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내려다보더니 이윽고 밝은 붉은 빛과 함께 붉은 머리에 금안을 가진 30대 초반의 사내로 폴리모프하여 지상으로 내려왔다. 지상으로 내려온 디트의 앞에는 방금 전 파이어볼을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중반의 외형의 디트와 같은 붉은 머리를 가진 여인이 서있었다.

 

오래만이야. 셀레나. 여전히 붉은 색 옷을 좋아하구나?”

그러는 디크리트 넌 언제나 밋밋하고 멋없는 그런 여행자복을 잘도 입고 다니고 있네.”

 

디트와 잘 아는 사이인양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커다란 바위더미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적당한 크기의 바위 위에 걸쳐 앉은 두 사람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