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외출이라 들뜬 시아와 위험한 곳에 가는 것인 양 잔뜩 긴장한 얼굴의 마리는 간단한 준비를 끝내고 저택 밖으로 향했다. 입구에 서서 휘파람을 부르자 숲 속에서 갈색의 말 한 마리가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짐을 정리하는 마리였다.
“어라? 이 말 저번에 사와서 숲에 풀어줬던 그 말 아니야?”
“저택 주변에 결계가 쳐져있어서 이렇게 말들을 풀어놔도 도망치지 않아. 오히려 결계 밖이 더 위험한걸 알고 결계 안에만 있으려고 하는 게 문제야. 자, 시아 올려줄테니까 이리와.”
시아는 마리의 도움으로 말 위에 올라탔고 뒤이어 마리가 말 위로 올라와 두 사람은 저택을 나섰다. 어느 정도 달려 나오자 투명한 막과 같은 영역을 지났고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자 저택이 있었던 공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울창한 숲만이 시아의 눈에 들어왔다.
“지금 결계를 통과한 거야? 헤~ 결계 밖에서는 저 큰 저택이 하나도 안 보이네?”
“시온이 만든 결계야. 다른 마법은 잘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결계 마법만은 디트 보다도 뛰어날걸?”
오순도순 마리와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며 둘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수도 위노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말을 타서인지 피곤해 보이는 시아를 위해 마리는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여관에 방을 잡기 위해 들어갔지만 들어가는 여관마다 사람들이 꽉 차서 방을 잡지 못하였고 겨우 방을 구한 두 사람은 한 시간 정도를 쉰 뒤 밤이 되면 빛나는 안광(眼眶)을 숨기기 위해 후드를 깊게 눌러쓴 뒤 심부름을 맡은 도서실을 향해 걸어갔다. 밤이 되어 어두워진 도시의 거리는 그 열기가 식지 않은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쳐났다.
“오늘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지?”
“아가씨, 위노스는 오늘이 처음인건가? 오늘부터 일주일간 크림슨로즈 아카데미와 바르티아 제국 아카데미의 검술대련이 있는 날이야. 위노스의 공식 축제날이니까! 오늘은 즐겁게 즐기라고 아가씨!”
“그래서 여관들이...무슨 검술대련을 일주일씩이나. 그리고 디트는 왜 이런 날에 심부름을 시킨 거야!”
마리는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못마땅한지 짜증을 냈지만 시아는 처음 보는 이세계의 축제와 도시를 구경한다고 마리와 떨어진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사람들이 만든 파도에 끌려가고 있었다. 겨우 도착한 도서실 앞에서 마리는 뒤늦게 시아가 사라진 것을 눈치 채고 급하게 눌러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 멀리 있는 사람들 사이로 시선을 던졌다. 마리의 후드가 벗겨지면서 어두운 광장에 마리의 안광이 번뜩였고 마리의 눈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마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엄마, 미르야! 미르가 있어~!”
꼬마아이의 말에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마리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마리 주변에서 세찬 바람이 몰아치더니 순식간에 마리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환영을 보기라도 한 듯이 멍하니 마리가 있었던 도서실 입구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실프! 빨리 시아를 찾아줘!”
마리의 부름을 받고 나타난 바람의 정령은 작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심각한 마리의 표정과 분위기를 본 정령은 빠르게 마리의 앞을 날아가더니 공기 중으로 사라졌고 정령이 사라진 뒤 마리는 건물의 옥상 위에서 조용히 마나를 집중해서 시아의 마나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술대련을 위해 모인 강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시아의 기운을 탐색하는데 많은 방해를 받고 있었다. 인내심이 끊어지기 직전 사라졌던 실프가 나타났고 시아를 찾았는지 마리를 안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