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헤어진 시아는 일단 사람이 적은 구석으로 몸을 피했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팔찌에 마나를 집중하였다. 시아의 마나를 흡수한 팔찌는 작게 빛나더니 이윽고 작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일반적인 고양이와 달리 이마에 붉은 보석이 박힌 카벙클이라는 요정으로 탐지치유’, ‘수호의 힘을 가진 요정이다. 시아가 날개돋이를 하고 처음으로 마나를 연습하던 날 시아에게 소환된 요정이다. 힘이 불안정한 시아를 지키기 위해 수호요정과 계약하려는 시아에게 나타난 카벙클은 고위 요정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웬만한 정령친화력이 없다면 불러내기 힘든 요정이다. 지금껏 카벙클을 소환한 드래곤은 창세 드래곤 스텔라와 2대 로드 드래곤 그린종족의 아멜리아 뿐으로 시아가 세 번째 소환자가 되었다.

 

루비. 마리언니가 어디 있는지 탐지해줄래?”

[, 아카시아님.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계신데 안내해 드릴까요?]

. 길을 잃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얌전히 기다리는 게 좋다고 들었는데 우선 언니의 위치를 계속 탐지해줄래?”

[알겠습니다. , 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곁에는 바람의 정령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실프가 도와준다면 금방 오겠네? 역시 얌전히 기다릴까?”

 

시아가 마리를 기다리는 중에 시아의 뒤로 다가온 그림자는 시아를 향해 검은 손을 뻗쳤고 그것을 감지한 카방클 루비가 재빨리 방어마법을 사용하여 시아를 보호하였다.

 

특이하게 생긴 애완동물이다 했더니 정령? 아니 수호요정인가? 이정도 반응속도에 강도를 지닌 방어막을 만들 정도면 꽤나 고위급 요정이라는 건데. 어린 아가씨가 친화력 상당히 높은 엘프라거나 혼혈이라는 건데... 역시 눈을 보니 미르였구나?”

 

어느새 후드가 벗겨졌는지 어두운 나무 그늘아래 시아의 두 눈이 밝게 빛났고 상대는 시아의 놀란 표정을 보곤 재미있다는 식으로 싱긋 웃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다행히 사람들이 적어 주목을 받고 있진 않았지만 시아는 당황한 듯 빠르게 후드를 써서 얼굴을 가렸다.

 

그렇게 놀라지마. 길을 잃은 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니까. 나 나쁜 사람 아니야.”

 

수상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내는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와 포니테일로 깔끔하게 묶은 금발과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내는 이름 높은 가문을 가진듯한 전형적인 귀족 도련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곧 제 일행이 올 거니까 도움은 필요 없어요.”

아쉽네. 미르를 만날 기회는 좀처럼 없거든. 뭐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이 미르이긴 하지만 이렇게 어린 미르는 처음이거든. 그렇게 경계하지 마 내 이름은 율리시스. 잘 부탁해.”

 

자신의 이름을 율리시스라고 소개한 사내는 조잘조잘 혼자 신나게 이야기를 시작했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카시아님. 도착했습니다.]라는 루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찬 바람이 불더니 율리시스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시아! 괜찮아! 안 다쳤어?”

 

루비의 방어막을 무시한 채 달려오는 마리의 모습에 놀란 시아가 급히 방어막을 없앴고 마리는 시아를 품에 꼭 안은 채로 의외로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서는 율리시스를 경계하였다.

 

우와, 다짜고짜 발차기라니. 네 일행 보기보다 성깔 있네?”

당신 누구지? 누군데 시아를 괴롭히는 거야?”

? 이름이 시아인가? 귀여운 이름이네. 그럼 일행도 왔으니 난 가볼게. 다음에 또 만나면 좋겠다.”

두 번 다시 볼 일 없으니까. 얼른 사라져!”

 

화가 잔뜩 난 마리를 놀리며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장으로 사라진 율리시스를 기운이 완전히 사라질 때 까지 경계 하던 마리는 시아를 잃어버린 자신을 자책하며 시아를 품에 안았고 시아는 마리를 놓친 자신의 잘 못이라며 마리를 꼭 감쌌다.

 

미안해... 두 번 다시 네 손을 놓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미안해

괜찮아. 난 무사해.”

 

우여곡절이 많은 첫 심부름의 밤은 그렇게 지나가려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