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악마가 된 영웅이 비뚤어진 미소를 지으며 세계를 향해 외쳤다. 모든 사건의 시작은 마왕의 부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마왕이라 불리어야할 공포의 군주는 도시 한구석의 작은 꽃집의 주인이 되어있었다. 그는 가난한 마을 아가씨에게 반하여 끈질긴 구혼 끝에 결혼에 성공하였고 지극히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마왕의 부재로 영웅은 설 자리를 잃었다. 몬스터의 습격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세계의 정확히는 인류의 적으로써 몬스터의 위협은 인류에게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그로인하여 마왕을 물리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영웅을 두려워한 인류가 늘어갔고 결국 인류의 손에 의해 영웅은 벼랑 끝으로 몰아세워지게 된다.

 

영웅은 분노의 감정을 잠재우며 마왕이 살고 있는 도시의 인간왕에게 찾아가 [곧 마왕은 널 재치고 이 도시의 왕이 될 것이다] 라는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불화의 씨앗을 남겨두고 사라진다. 인간의 왕은 무언가에 홀리듯이 마왕을 찾아가 그에게 싸움을 걸었으나 인간왕의 위협은 마왕에게 전혀 효과가 없었고 마왕은 인간왕의 불안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힘을 봉인하고 만다. 그덕분에 인간왕의 불안감은 줄어들었지만 그때를 기다린 영웅이 마왕이 사는 도시를 공격였고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지고 만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도시 곳곳에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며 피비린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지옥으로 변해갔다.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마왕의 일가 뿐이었다.

 

그로인해 도시를 괴멸시킨것은 자신을 공격한 인간왕에 대한 마왕의 보복이라는 헛소문이 돌게 되었지만 진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사람들은 마왕과 아무 힘도 없던 평범한 인간 부인을 마녀라고 부르며 세계의 끝에 유배시켜 버린다. 그의 두 자식은 부모의 잘못을 이어받아 미궁 던전의 파수꾼으로써 미궁에 유폐되어 두 번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된다.

 

 

 

세계의 끝은 달이 떨어진 장소라고도 불린다. 과거 거대한 달의 파편이 세계의 끝에 떨어졌고 파편의 손길이 닿는 곳은 마나를 흡수당하여 마력으로 살아가는 생물은 살아갈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 유일하게 몬스터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장소 그곳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왕이 들어가게 되면 파편에게 마력을 흡수당하여 마왕의 목숨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쉽게 꺼져버리고 만다. 그 사실을 아는 마왕의 부인은 자신과 자식들은 버리고 도망치길 바라지만 마왕은 그들을 절대 버릴 수가 없기에 순수히 유배지로 향하였다.

 

세계의 끝에서 마왕은 하루하루 약해져만 갔다. 부인은 그런 마왕을 위하여 마왕이 좋아하던 꽃과 노래를 들려주며 그를 보살핀다. 어느날 눈을 뜨자 마왕이 사라져있었고 혹시나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소멸한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이된 부인은 마왕을 찾아 세계의 끝을 탐색한다. 푸른빛으로 감싸인 대지. 분명 처음 본 존재들은 아름답다고 칭찬할 경치이지만 부인에게 있어선 자신의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장소로 아름답다기보다 흉측하고 두려운 장소였다.

 

반나절을 걸어 겨우 중심부에 도착한 그녀는 작은 알을 품고 있는 마왕을 발견하였다. 마왕은 힘없이 미소지으며 품 속의 알을 부인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바로 달의 파편이야. 지금껏 주변의 마나를 흡수한 이유는 그자신이 태어나기 위해 필요한 마나를 흡수하기 위한 일이였어. 파편이 떨어지고나서 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마력을 가진 생물은 접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이 부족해서 태어나지 못했지만 내가 가진 절반의 마력이 이 아이에게 있었서 필요한 마지막 조건이 되었나봐. 그래서 필요한 만큰 이 아이에게 주기로 했어. 이 아이가 태어난다면 더 이상 마력이 고갈될 일도 없고 소멸한 마력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면 회복할 수 있어. 마력 고갈이 해결되면 이 곳은 더 이상 나에게 있어 위협이 되지 못해. 그러니 마력이 회복되면 우리 아이들을 구출해서 이곳에서 다시 넷이 행복하게 살아가는거야. 그러기위해 이 아이의 힘을 빌리기로 했어. 지금막 계약이 끝나서 태어나길 기다리는 중이야. 그러니 이제 걱정하지마. 미안해. 아무 말도 없이 떠나있어서. 하지만 절대 널 혼자 두고 내가 먼저 떠나는 일은 없을꺼야. 그러니 돌아가자. 우리의 보금자리로____"

 

부인은 지친 그를 품에 안고 울었다. 그와 부인의 사이에있는 알에서 작은 고동소리가 울려퍼지며 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보낸뒤에야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일주일만에 거짓말 처럼 마왕은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알에서 태어난 정령이 달빛을 소량의 마력으로 바꿀 수 있었고 생성된 마력을 마왕에게 전달한 덕분에 마왕은 빠르게 회복하여 전성기때의 마력과 체력을 회복하게 된다.

 

"바르카,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란다. 그러니 의심하지 말고 그녀를 돌봐주었으면 좋겠어. 그녀에게 받지 못한 사랑만큼 내가 줄테니까. 그러니 넌 언제나 그녀 편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알겠지? 역시 넌 사랑스러울 정도로 착한 아이야."

 

마왕의 말에 정령은 기분좋은 듯이 반짝였다. 형태가 불분명한 정령은 아직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한가지의 형태로 고정하지 못하였고 그런 정령을 부드럽게 보듬어주는 마왕과 바보같다고 놀리면서도 자신을 아껴주는 것이 느껴지는 새침떼기 부인의 언제나의 평범한 하루일상이었다.

 

 

- 쾅! 콰아앙!

 

 

하지만 이변을 눈치챈 영웅이 마왕의 행복을 미리 짓밟아 버리고 만다. 연속으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세계의 끝에 울려퍼졌다. 마왕과 부인의 표정은 굳었으며 정령은 호기심 가득한 기분으로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자신들을 세계의 끝에 밀어넣은 악마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겨우 찾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부수고 있었다.  힘이 약해졌지만 위협이 되는 마왕을 물리치기 위하여 군대를 이끌고 세계의 끝에 도착한 영웅은 마왕토벌을 시작한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위해 수 없이 싸워나갔다. 마왕은 악마를 가로 막았고 정령은 마왕과 그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불안정했던 힘을 억지로 컨트롤하여 거대한 빛의 늑대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마왕의 소중한 보물인 부인은 마왕에게 배운 마법으로 대항해보지만 그 힘은 너무나도 나약했다. 힘이 봉인되고 일부의 마력을 빼앗겼어도 마왕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런 마왕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부인과 정령의 표정은 이윽고 절망으로 물들고 만다.

 

승리는 마왕에게 있는 듯 하였지만 갑작스런 이변이 마왕에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왕의 몸이 밝은 빛으로 변하더니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변의 원인은 달빛이었다. 아무리 선한 성향의 마왕이라도 어둠의 존재였기에 빛의 성질을 가진 달빛은 마왕에게 있어 독이 되었던 것이다. 마왕은 씁쓸히 미소지으며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부인을 지키며 싸우는 정령을 바라보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마왕은 영웅의 손에의해 남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부인은 마왕의 소멸을 확인하고 아무런 방어도 없이 정령의 손길마저 뿌리치며 빛의 입자로 변하여 사라지는 마왕에게 달려갔지만 아쉽게도 그 손길이 마왕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귀찮다는 듯이 영웅이 쏘아올린 가벼운 공격에 부인은 폭발에 휘말려 날아올랐다. 그 몸은 힘없이 날아가 마왕이 소중히 키운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꽃밭에 떨어지고 만다. 마왕이 정령에게 준 소중한 이름과 똑같은 꽃이 만개한 꽃밭에 부인이 쓰러져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간혹 부인이 자신을 탐탁치 않게 바라볼때가 있었다. 그럴때 마다 마왕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부인에게 한 송이의 꽃을 건네주었는데 그녀가 그 꽃을 소중히 대해주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는 것과 같아 기분이 좋았던 정령이였다.

 

 

 

그 꽃의 꽃말은_____

 

 

 

부인에게 달려간 정령은 희미해져만 가는 부인의 생명에 목놓아 울며 슬퍼하였다.
"제발 불행을 낳는 저 악마를 막아줘...." 그것이 부인의 마지막 소망이였다. 정령은 부인의 얼굴을 핧고 부비며 제발 일어나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부인의 움직임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런 정령의 슬픔을 기쁘다는 듯이 비웃는 악마를 향해 정령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령은 마왕과 부인의 생명이 사라져가는 것을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탄생을 도와준 아버지같은 존재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는 것을 아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에게서 흩어져 흘러나온듯한 마력은 분명 자신이 마왕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위해 건넨 달빛이였으니기 때문에 모든것을 이해한 정령은 목놓아 슬피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푸르게 빛나던 달은 점차 붉게 물들더니 이윽고 피빛과도 같은 붉은 색으로 변모하였다. 불길한 붉은 달로 부터 어둠보다 더 어두운 암흑이 달의 그림자로부터 흘러나왔고 달그림자에 삼켜지듯이 달빛아래에선 정령의 몸은 모든 어둠을 흡수하기라도 한듯이 찬란하게 빛나던 정령의 몸을 검게 물들어갔다. 시간이 흘러 어둠이 모두 정령에게 흡수되어 안정이 되자 아름답게 빛나던 하얀털을 가진 늑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것은 이형의 꼬리를 가진 흉악한 검은 늑대 한마리가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서있었다. 정령이라는 존재에게선 절대 나오지 않을 독기와 어둠이 정령의 몸에서 흘러나왔고 그 모습을 본자가 있다면 더이상 정령이라고 불리지도 못할 정도로 정령은 이형의 모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어째서 그들을 죽인것이지?]

 

정령은 음산한 목소리로 영웅을 향해 외쳤다. 그 질문은 영웅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였다. 정령의 물음에 자신의 진정한 적을 발견한 영웅은 비뚤어진 미소를 지으며 문답무용으로 정령과 맞써 싸우기 시작했다. 둘의 전투는 세계의 절반이 사라질 때까지 끝나지 않았으며 승부는 이루어지지 못한채 부상당한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휴식을 위해 각자의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후세에 그들의 싸움을 직접 그 눈으로 보고 살아남았던 이들 중 일부가 세계의 절반을 부슨 악신이라고 불리는 영웅의 진상을 밝혀냈으며 두 번 다시 악신이라는 존재를 탄생시키지 않기위해 마법을 관리, 감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악신에게 맞서 싸웠던 아름다우며 신비한 기운을 가졌던 늑대 모습의 정령을 악신을 막기 위해 신이 보낸 신의 사자라 부르며 사람들은 악신을 쫒아내준 정령에게 존경과 감사의 의미로 신전을 세우고 신앙의 중심으로써 달의 환수라고 부르며 떠받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일그러진 정령의 모습을 아는 이가 없어 추악한 몬스터로 전략한 정령을 받아주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정령은 자신을 거부하며 공격해오는 사람들을 피해 사람이 없는 장소를 찾아 정처없이 걷고 또 걸었다.

 

겨우 휴식의 시간을 가지게 된 정령은 '삐걱' 무언가 고장이 난듯한 소리가 들리는 육체를 이끌며 비어있는 던전을 발견하여 그 곳에 몸을 뉘운다. 그러나 던전엔 파수꾼이 존해하였고 낮선 침입자를 내쫒기 위해 가차없이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친 몸으로 파수꾼에게 맞서던 정령은 파수꾼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감지하고선 모든것을 체념한 듯 두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땐 무심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검은 청년이 서있었다.

 

"비어있는 것 보다야 몬스터 한 마리 정도 있는 것도 괜찮겠지"

 

청년의 말에 정령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다짜고짜 충성을 맹세하는 정령의 모습에 무표정을 일관하던 청년은 어이없다는듯이 작게 미소지었고 정령 역시 그를 따라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청년을 따라 간 곳에는 한 여인이 그들을 마중나와 있었다. 활발한 그녀의 모습에 왠지모르게 마왕의 부인이자 자신의 어미니이기도했던 여인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히 미소지으며 미궁의 안 쪽으로 이동한다. 미궁의 가장 깊은 곳엔 거대한 광장과도 같은 공간이 있었다. 동굴 천장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이 흘러들어와 꽃밭을 비추었고 정령은 꽃밭과 파수꾼 남매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몬스터라는건 원래 이렇게 눈물이 많은건가?"

 

청년의 말에 여인은 재미있다는 듯이 정령의 눈물을 닦아 주었고 눈과 눈을 마추며 다독여 주었다.

 

"감정이나 이성이 없는 몬스터보다야. 인간과 닮은 이런 아이와 지내는게 더 즐겁고 재밌지 않겠어? 무엇보다 네게선 그리운 이의 기운이 느껴져. 그래서일까? 난 네가 마음에 들어. 앞으로 잘 부탁해. 그럼 이름을 지어줘야겠지? 뭐가 좋을까?"

 

여인의 고민을 들은 정령은 꽃밭의 꽃 중 하나를 가르켰다. 마왕이 태어난 자신에게 준 최초의 선물. 그 이름과 같은 꽃. 분명 꽃말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지어 준 사랑스러운 메세지.

 

 "바르카? 후훗. 몬스터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야. 하지만 응! 나쁘지 않아"

 

 

정령이 도착한 장소는 오래전 마왕의 두 자식이 유폐된 미궁의 던전이었다. 그것은 운명일까? 아니면 필연이였을까? 그들은 그렇게 만났고 이야기는 새롭게 이어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