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레아와 코넬리아, 그웬도르의 도움으로 만든 새 레어의 창공 위. 세이시엔을 닮은 푸른 드래곤 한 마리가 레어의 결계 위에서 정지 비행을 하면서 사막의 거대한 모래사장밖에 없는 아래쪽을 하염없이 바라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간에 작은 구멍이 생겼고 푸른 드래곤은 기다렸다는 듯이 폴리모프 주문을 외우며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구멍 안으로 들어오자 작열하는 태양빛에 달궈진 뜨거운 바람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결계 안쪽 호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공기와 숲에서 나는 과일 향과 꽃향기로 상큼한 느낌마저 드는 공간이 나타났다.
“류크~ 어서 오세요!”
커다란 귀와 푸른색 곱슬머리를 가진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블루일족 이시스는 자신의 짝이자 네이라보다 더 여성스러운 세이시엔과 달리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류크라고 불리는 블루일족의 품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가볍게 ‘쪽’하고 입을 맞춘다.
“이보세요. 여기 댁들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네이라의 쀼루퉁한 말투에 아쉽다는 듯이 품속에서 나온 이시스는 네이라의 손에 이끌려 알이 있는 방으로 강제 송환당하고 만다. 레드 종족을 뺀 나머지 드래곤들은 공동육아로 해츨링을 돌보는데 블루일족인 세이시엔과 짝을 이룬 네이라는 세이시엔의 끈질긴 설득에 의해 좋든 싫든 공동육아를 해야만 했고 이번 블루일족에서 알을 가진 부부는 총 8쌍으로 전 드래곤 종족 중 가장 많은 출산율을 기록했다고한다. 그로인해 많은 인원이 공동육아전선에 뛰어들었고 다른 드래곤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꺼리는 레드일족의 피를 가진 네이라로써는 고문과도 같았기에 블루일족의 마을과 떨어진 곳에 새로운 레어를 만들어 따로 아이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그때 따라 나선 것이 세이시엔의 여동생인 이시스였고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네이라가 스스로 떠난다고 하자 블루드래곤의 로드 오르피스는 기쁜 마음에 허락을 해주고 좋은 집터까지 알려준 것이다.
네이라와 이시스가 사라진 방향으로 류크는 발걸음을 옮겼고 보기만 해도 푹신해 보이는 방은 시트와 이불, 베개들로 가득 쌓아올려져 있었다. 그 가운데 네이라와 이시스가 각자 연붉은색과 푸른색의 알을 안고 서로 수다를 떨고 있었고 그 뒤에 세이시엔이 호위를 하듯 지키고 있었다. 자신도 세이시엔의 곁으로 다가가 알을 품고 있는 두 여인을 바라보았고 아까의 외출 후 있었던 일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연장자에 이곳의 주인이기도한 존재이고 이시스의 오빠라서인지 리더와 같은 역할을 도맡고 있는 세이시엔이었다.
“알은 오늘 중으로라도 태어날 것 같다고 했으니 오늘밤이라도 류크 네가 말한 사냥터로 가서 사냥을 해야겠는걸.”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여기서 네이라님과 이시스를 지켜주십시오”
세이시엔과 류크가 앞으로의 계획과 정찰 시간대를 의논하는 사이 네이라와 이시스의 품에 있는 알에서 묘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해츨링이 태어난다는 신호. 알의 공명이 시작되었다. 홀로 해츨링을 키우는 레드드래곤들에게선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인 알의 공명은 태어날 시기에 맞춰 하나의 알이 소리를 내며 빛나고 주변에 있는 다른 드래곤의 알이 따라서 빛나며 소리를 내며 떨리는데 대부분 5분에서 10분 정도 공명이 이루어진다.
“나 알의 공명은 처음 들어봐~!”
“전 어릴 적 들은 적이 있지만 제 아이의 소리를 들으니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조금 아쉽네요. 알들이 더 많으면 음악 소리처럼 들릴 텐데.”
이시스가 약간 아쉽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자 네이라 역시 조금은 아쉬웠는지 입이 쀼루퉁하게 나왔지만 그 많은 드래곤들 사이에서 해츨링을 키웠다간 화병이 나서 제명에 못살리라고 확신한 네이라는 자신의 알을 품에 더욱더 꼭 껴안았고 태어날 해츨링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시스와 함께 열띤 토론을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공명이 끝나고 알에서 ‘빠지직’하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머리 꼭대기에 있던 해는 어느새 기울어져 사라졌고 밤의 푸른 달이 떠올라 달빛이 방안으로 쏟아졌다. 달빛만으론 방을 밝힐 수 없으므로 세이시엔은 작은 빛의 구를 여러 개 생성하여 방 곳곳에 설치하기 시작하였고 류크는 언제 사냥을 떠났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네이라! 네이라! 이것보세요! 코..! 코가 나왔어요!”
“이시스! 이시스! 난 다리가 나왔어!! 꺄! 어쩜 이렇게 작은 발이 있을 수 있는 거지!?”
네이라와 이시스는 알을 깨고 나온 해츨링의 신체 일부를 보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푹신한 베개 더미 위에 누워서 한시도 알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네이라의 알이 크게 흔들리더니 ‘빠각’하고 아까와는 달리 큰 소리가 방안을 울렸고 해츨링의 몸이 알과 완전히 분리되어 빠져나와 등에 달린 작은 날개를 몇 번 파닥이더니 이윽고 작은 몸을 둥글게 말아 날개로 감싼 뒤 작은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