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막 한가운데 유적으로 보이는 공터에 한 마리의 푸른색 드래곤과 세 명의 수인족과 한 명의 엘프가 서있었다. 그리고 뜨거운 기운을 이기지 못한 검은 늑대를 닮은 수인족 한 명이 성질을 내면서 옆의 붉은 머리를 가진 고양이 수인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고 푸른색 드래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고양이 수인을 바라보았지만 시큰둥한 얼굴로 일이나 계속하라고 손짓하는 고양이 수인을 뒤로하고 푸른색 드래곤은 한숨을 푹 쉬더니 자신의 일을 계속 이어나갈 뿐이었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이 파묻힐 정도로 사막의 모래를 파헤치는 그 모습은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각도와 깊이를 제며 모래구멍을 파는 모습은 과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수인족 사이의 싸움으로 그 모습을 주의 깊게 보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네이라!!! 아무리 알을 품고 있어도 절대 용서 못해! 사막의 뜨거운 열기에 약한 우리 블랙드래곤을 납치하듯 데려와선 뭐? 오아시스?! 우리가 무슨 물탱크로 보이냐? 알만 안가지고 있었어도 아오! 빡쳐!”

이슬레아. 알이 다 듣고 있는데 그런 험한 말투는 안 되죠! 알의 정서에 안 좋아요! 나중에 우리 아이가 태어나도 그렇게 말할 건가요? 그리고 이슬레아의 힘으로 여기서 네이라와 싸워봤자 이길 자신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도와주기로 약속한 일인데 힘드시다면 먼저 돌아가도록 하세요!”

 

  처음 욱한 늑대 수인을 닮은 덩치가 작은 이 수인은 블랙드래곤 일족으로 이름은 코넬리아. 성질이 더러운 다른 블랙일족 지금은 다부진 몸매를 가진 늑대수인의 모습을 한 이슬레아라는 이름을 가진 블랙드래곤 로드의 아내이다. 코넬리아의 말 때문인지 사막의 열기 때문인지 이슬레아의 얼굴이 더 빨개졌고 주변에 널브러져있던 바위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이슬레아! 왜 남에 집 부수고 난리야!?”

미안해요. 네이라. 제가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도 굳이 따라와서 이렇게 방해만해서 정말 미안해요. 해츨링이 태어나면 제가 멋진 보물 많이 선물할게요!”

고마워요. 코넬리아! 역시 코넬리아는 누구와 다르게 마음이 천사예요!”

 

  붉은 고양이 수인의 모습을 한 네이라는 자신의 품에 쏙 들어오는 코넬리아를 안아주었고 그 모습을 눈꼴시게 쳐다보고 있던 이슬레아의 질투어린 고함 소리에 의해 서로 아쉬워하며 떨어지고 만다. 둘이 떨어지길 기다린 건 이슬레아만이 아닌 듯 둘이 떨어지자마자 푸른색의 드래곤이 네이라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네이라. 이 정도면 우리 둘은 물론이고 해츨링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깊게 하면 왠지 해츨링이 빠질 것 같거든

수고 많았어요. 세이시엔

 

  네이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정령들을 모두 돌려보낸 푸른색 드래곤은 밝은 빛과 함께 푸른색 머리카락과 커다란 귀를 가진 수인족으로 폴리모프하여 일행들을 향해 다가왔다. 세이시엔이라는 이름의 블루일족이 작은 수인족의 모습으로 돌아오자 이슬레아는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세이시엔이 파놓은 구멍을 향해 다가갔다. 드래곤의 모습으로는 작은 연못정도의 크기였던 구멍이 작은 수인족의 모습으로 다가가자 커다란 호수와 같은 위용을 자랑하며 이슬레아를 맞이하였고 이슬레아는 한 번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내뱉듯이 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슬레아의 주문이 끝나자 하늘에서 커다란 먹구름이 생겼고 이윽고 호수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먹구름에서 물이 흘러넘쳤다.

 

, 그럼 저쪽 근처에 작은 숲을 만들면 되는 건가?”

 

  물이 호수에 가득차고 이슬레아가 투덜거리며 돌아오자 지금껏 존재감 없이 바위그늘에 앉아있던 초록색 머리의 엘프가 영차!’하는 소리와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호수의 끝에 바람이 불어 모래사장처럼 반짝이는 곳에 위치를 잡은 뒤 조용히 두 눈을 감은 뒤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슬레아보다 짧은 주문을 끝으로 엘프의 주변으로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순식간에 자라났다. 어느 정도 숲의 형태를 다 갖춰가자 엘프는 특유의 가벼운 발걸음으로 몇 발자국 뒤로 떨어져서 자신이 만든 숲을 이 곳 저곳을 살펴보더니 만족스런 얼굴로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원래 이런 건 히스테리아가 더 잘하지만 뭐 내가 한 것도 나쁘지만은 않지?”

그웬도르 솜씨가 또 늘었네? 누구누구씨와 다르게 짧은 주문만으로 이 정도의 숲을 만들고 안 그래? ...? 어머, 얼굴은 왜 빨게 지셨을까? 그 누구누구씨가 이슬레아라고 한 마디도 안했는데 찔리는가 보죠? 오호호 호호

 

  현재 이곳에서 주문을 외워 마법을 사용한 것은 그웬도르와 이슬레아 뿐이므로 이슬레아를 가리켜 말을 하는 것이지만 아무도 네이라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이슬레아를 향해 승리의 포즈를 치하는 네이라를 보며 코넬리아는 네이라를 데리고 함께 숲을 구경하자며 데리고 갔고 남은 세이시엔과 그웬도르는 이슬레아의 어깨를 탁탁 치면서 그러게 왜 기절을 해서..’라는 말과 측은한 표정을 남기곤 유적 주변에 결계를 치기 위해 사라졌다.

 

으아악!! 누가 기절하고 싶어서 기절했냐?! 우리 중에서 가장 덩치 큰 종족에 무식하게 힘만쎈 종족에다가 순혈종을 누가 이겨!?! 그 녀석 딸 아니랄까봐! 성격도 제 아빠랑 똑같아!! 으악!! 짜증나!”

 

  이곳으로 올 때 가기 싫다고 싸움을 걸었다가 제대로 당한 걸 생각하니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고레고레 소리를 지르는 이슬레아였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시끄러!’ 라는 말과 함께 날아온 돌에 맞아 드래곤 사상 두 번째라는 기절이라는 것을 해보는 이슬레아였다.